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브랜드 제품들, 이를테면 스마트폰, 화장품, 전자제품, 의류들 중에는 그 브랜드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만들지 않았다면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OEM과 ODM입니다.
이 둘은 단순히 '외주 생산'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 안에는 제품의 탄생 과정을 주도하는 주체, 즉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가, 설계를 누가 했는가, 실제로 손으로 만들어낸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역할 분담이 분명히 나뉘어 있습니다.
OEM은 내가 기획한 것을 타인이 대신 만들어 주는 구조입니다
OEM은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의 줄임말입니다.
OEM은 내가 제품의 기획과 설계를 다 끝내고, 그것을 만들어줄 공장을 찾는 방식입니다. 마치 레스토랑 주인이 특별한 요리법을 들고 와서 "이 레시피대로 요리 좀 해줄래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요리사는 그 레시피에 따라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고, 완성해서 납품합니다. 즉, 모든 구상은 발주자가 하고, OEM 회사는 단지 그대로 만들어주는 ‘숙련된 요리사’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최종 제품에 들어가는 브랜드 이름은 발주자의 것입니다. 소비자는 그 제품을 A라는 브랜드에서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만든 곳은 어쩌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B라는 공장일 수 있습니다. OEM은 '브랜드를 가진 자'와 '기술과 설비를 가진 자'의 협력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ODM은 발주자를 대신해서 모든 것을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ODM은 'Original Design Manufacturer'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Design'입니다. 즉, 설계와 기획까지 제조사가 모두 담당한다는 뜻입니다.
ODM은 "우리는 이런 제품을 잘 만들어요. 그러니 발주자인 당신은 브랜드만 붙이시면 됩니다”라는 접근을 합니다. 브랜드를 가진 회사는 제품의 세부사항에 깊이 관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패키지 디자인이나 마케팅 콘셉트까지 ODM 회사가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요리로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한 레스토랑 주인이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신메뉴 하나만 좀 부탁해요”라고 말하면, 요리사는 알아서 요리를 개발하고, 완성된 음식을 레스토랑에 납품합니다. 발주자는 거기에 자기 식당 이름만 붙입니다. 손님들은 그 식당 주인이 직접 요리했다고 믿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 요리의 레시피와 정성은 모두 다른 주방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렇듯 OEM과 ODM은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간극은 생각보다 큽니다. OEM은 아이디어의 주인이 발주자이고, ODM은 아이디어의 주인이 제조사입니다. 전자는 공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후자는 공장이 먼저 제안을 합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제품에 붙는 이름은 브랜드를 소유한 발주자의 것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OEM은 "내가 다 기획했으니 그대로 만들어만 주세요."
ODM은 "당신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만들어줘요. 나는 브랜드만 붙일게요."
이 말 한마디에 두 개념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OEM과 ODM이 기업에서 실제로 쓰이는 곳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스마트폰 브랜드가 자사의 디스플레이를 직접 만들지 않고, 특정 제조사에 맡겨 생산하게 하는 경우는 OEM입니다.
반대로 어떤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우리는 기초 라인에 새로운 미백크림이 필요해요”라고 말했을 때, ODM 회사가 “우리가 트렌디한 성분으로 알아서 만들어볼게요”라고 대응한다면, 그것이 바로 ODM입니다.
패션 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여러 홈쇼핑 브랜드들이 시즌마다 새로운 옷을 선보이는데, 그 옷의 디자인부터 원단 선택, 생산까지 모두 ODM 업체에서 진행합니다. 브랜드는 그 옷에 라벨만 붙이고, 광고를 하며 고객에게 판매합니다.
그럼 왜 OEM과 ODM 방식을 선택하는지 알아보면...
바로 효율 때문입니다. 초기 설비 투자 없이도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제조 전문 기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더 빠르고 더 싸게, 더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공장을 짓는 비용이나 기술력 확보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 구조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시장 반응이 불확실한 신제품일수록, 직접 개발과 생산을 모두 감당하기보다, 제조 전문기업과 손잡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이 유리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OEM과 ODM은 브랜드에게 매우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가 됩니다.
한 제품이 눈앞에 놓이기까지, 수많은 기획과 계산, 그리고 의사결정이 존재합니다. 그 중심에는 기획하는 자와 만드는 자의 분업 구조, 즉 OEM과 ODM이 있습니다. 이 둘은 단지 생산 방식의 차이를 넘어서, 브랜드와 생산의 관계, 그리고 현대 소비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하나의 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