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주식, 채권—이 셋은 삼각관계에 빠진 존재들이다. 금리가 눈을 치켜뜨면, 주식은 짜증 내고 채권은 미소 짓는다. 반대로 금리가 눈을 내리깔고 한숨 쉬면, 주식은 웃고 채권은 울상이다.
금리는 경제에서 제일 잘나가는 깡패다. 돈의 가격을 결정하는 이 깡패 때문에 시장 전체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주식도 채권도 금리라는 녀석의 말 한마디에 운명이 좌우된다. 서열 높은 조직원의 위치를 가진다.
채권은 금리랑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다. 그리고 좀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은 “아 진짜 또 변했어! 이율이 올라가면 내 몸값은 왜 떨어져야 하냐고!” 하며 짜증이다..
그렇다. 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니까, 기존 채권은 인기가 뚝 떨어진다.
시장에선 “얘(기존 채권)는 이자도 적게 주는데 싼값에라도 넘겨야겠다" 하며 가격이 내려간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채권은 룰루랄라 한다. 이제는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귀한 몸이 되어 가격도 올라가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받는다. 채권 투자자들은 이럴 때 조용히 수익을 챙긴다.
주식과 금리는 항상 미묘한 썸 관계다.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은 “오~ 이거 분위기 좋은데?” 하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다. 이유는 알고 보면 간단하다. 기업은 이자 덜 내도 되고, 소비자는 돈 쓰기 좋아지니 기업의 매출과 실적이 오른다. 이때 코스피나 코스닥의 지수가 올라가지 좋은 환경이 된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이자 부담 커지고, 소비자는 쫄아서 지갑을 닫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굳이 주식이야? 이젠 채권도 이자 잘 주는데?” 하며 주식을 찬밥 취급한다. 그래서 채권에 돈이 몰리면 주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즉 채권이 잘나가면 주식이 외로워지고, 주식이 핫하면 채권은 관심 밖이다.
즉, 금리라는 조정자의 컨디션에 따라 둘의 운명이 엇갈리는 구조가 된다.
금리 상승 → 채권 가격 하락, 주식시장도 하락 가능
금리 하락 → 채권 가격 상승, 주식시장도 훈풍
그러나 세상사가 매번 이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진 않는다.
간혹 둘 다 오르고 둘 다 내리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면 금리는 낮은데 경기가 불안하면 채권이 오르고 주식이 무기력한 경우가 생긴다. 또는 인플레 공포가 확산되면 주식·채권 둘 다 힘을 못쓰는 경우도 있다.
금리는 주식과 채권 시장을 동시에 움직이는 지휘자다.
한 손엔 채권, 한 손엔 주식을 들고 “높여~ 낮춰~” 지휘봉을 흔든다.
주식은 금리에게 기대고, 채권은 금리에게 휘둘리며, 투자자들은 이 셋의 삼각관계를 보며 울고 웃는 투자를 반복한다.
결국 투자자는 금리의 눈치를 가장 잘 보아야 투자에 성공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