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처음 입문을 할 때 책을 읽는다. 처음에 누군가의 종목 추천으로 시작했다가 이것이 아닌가 보다 느낄 때도 책을 찾는다. 책을 보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일수 있지만 주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양이든 적은 양이든 책을 보게 되어있다. 그중에는 압도적인 분량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대학 다닐 때 인문계열 졸업학점이 보통 120학점 정도다. 8학기를 들으니 대략 나눠서 평균 한 학기에 15학점 듣는다. 3학점 기준으로 5과목을 수강한다. 기본으로 정해진 수업 교재가 1권에 추가로 참고하라는 서적 2권해서 대략 3권 정도다. 그럼 한 학기에 참고하는 서적이 5과목*3권=15권이다. 물론 다 안 읽는다. 그래도 계산만 하자. 15권*8학기=120권이다. 이 중에서 교양과목 빼고 대충 계산하면 100권 정도를 본다.
"관련 서적 100권 보면 한 분야의 전문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교과과정으로 체계화 시켜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식 책 100권 보면 알게 되겠지 했다. 그래서 열심히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해도 알게 되면 그 어떤 직업의 가치보다 높다. 주식에서 성공만 한다면 무엇이 부럽겠는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실전 투자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내가 머리가 나빠서 이해를 못 하나?
책에 나온 내용들이 추상적이어서 실전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은가?
어떤 책은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두고 수학적 접근법이라 크게 잘못 실행했을 리가 없는데 왜 안 되나?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렇다고 속시원히 해답을 주는 사람은 찾을 수도 없다. 이런 의문들 나만 가졌던 것이 아닌 것을 안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를 깨닫고 나름의 이유를 정리할 수 있었다.
1. 책 속에 정답이 없다
2. 정답을 가르쳐 줘도 결국 오답으로 변한다
책 속에 정답이 없다.
책 속에 정답이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 저자가 지식은 많은데 투자에 대한 통찰은 못 가진 상태다. 의외로 많다. 하나씩 설명하진 않겠다. 통찰이 없다고 해서 지식이나 아이디어까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초보 투자자에겐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저자가 영업 비밀의 전부는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경우다. 객관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책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책은 성격이 다르다. 영업에 관한 내용을 경영학에서 배운다면 마케팅이나 심리학, 관리학에서 다룰 것이다.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 객관화 시킬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영업을 노하우로 풀어나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관리자의 아내를 먼저 포섭하라. 생일을 챙겨라. 이미 잡은 집토끼라 생각하지 마라, 그 토끼가 새끼를 낳는다 등. 현실에서 적중률이 높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일반화 시키기엔 애매한 것들로 가득하다. 이런 것은 학문화될 수가 없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저자만의 주식투자 노하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2만 원도 안 하는 책을 팔려고 불특정 다수에게 최소 수년에서 10년이나 넘게 고생해서 얻은 노하우를 내놓겠는가?. 대부분은 그렇게 못한다. 물론 많이 팔리면 큰돈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투자자에게 책의 인세는 노동비도 안된다. 저자도 그렇게 대놓고 말한다. 돈 안되는데 힘들다. 그럼 왜 쓰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명성을 얻고 싶기도 할 것이고, 자신의 노력이 세상 밖에 알려지는 짜릿함을 느낄 수도 있고. 이유야 어떻든 고마운 일이다. 내용에 끌려다니다 더 길을 헤맬 수는 있어도 아이디어 하나는 건질 수 있다.
실전에서 이익을 얻었던 내용을 복기해서 차트로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설명을 몇 개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경우에도 진짜 사용된 기법이 무엇인지는 알아내기 어렵다. (이것도 이해하시는 분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차트를 읽는 기준이 300 이평선과 접점을 지닌 지지와 저항선이라고 가정을 하자. 이 현상이 벌이지는 구간에 들어온 특정 종목이 있다면, 이 중에서 재무제표상 문제가 없고, 현재 핫한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면 매수를 한다고 구체적 가정을 더해보자. 그럼 여기에 사용된 변수는, 300 이평선, 지지나 저항선, 망하지 않을 기업, 뉴스가 될 것이다. 이 중에 300 이평선을 빼고 설명을 해도 아무 지장이 없다. 초보자가 이 보여주지 않은 300 이평선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선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을 해도 저자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차트도 보여줬고 매수 사유도 합리적으로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실전에 넣어보면 분명히 고수가 여기서 들어간다고 했는데 나는 왜 안되지? 할 거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베스트셀러 책에서 정확히 이런 표현이 있었다. (책 제목은 말하지 않겠다) 차트가 있고 특정한 선도 표기가 되어 있었다. 이 선에 닿았을 때 분산 매수를 하면 된다고 했다.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고수가 그려 둔 보물섬으로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이제 끝났다. 드디어 길을 찾았구나.
다음 페이지.
"이 선은 영업 비밀입니다."
ㅎㅎㅎ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 당시엔 "ㄴㅁ ㅅㅂㄴ @#@%$#%#$%^$#%#$" 글이라 스스로 삐~ 처리 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 선을 찾아야 했기에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실험을 했다. 고맙습니다. 분노도 에너지다. ㅎㅎㅎ
어떤 독자는 서평에 심한 비난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면 난 이런 댓글을 달아주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선생님 화나시는 건 이해가 되는데, 혹시 자주 가시는 단골 식당 있으면 거기 가셔서 김치찌개 레시피 어떻게 되는지 한번 물어보세요"라고. 그 흔해 빠진 김치찌개 레시피도 안 알려주는 게 세상이다. 예전 광고에도 나온다.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 /신당동 떡볶이
저 떡볶이 레시피가 너무 대단해서 안 알려줄 수도 있고, 너무 일반적이라 차라리 안 알려주고 신비주의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딸이라면 알려줬겠지 할 수도 있고. 어쨌든 나는 저 레시피 1도 관심 없다. 떡볶이 싫어한다. ㅎㅎㅎ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잘 안 가르쳐 준다. 힌트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스로 길을 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답을 가르쳐 줘도 오답으로 변한다.
어떤 책에선 정말 상세하게 모든 이평선과 지지와 저항선을 보여주고, 작업하는 순서도도 그려주면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실제 투자에서 성공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렇게 따라 했는데 나는 성공 못할 수 있다.
첫 번째, 시장 환경이 바뀐 경우다. 지수 상승장에서 성공한 기법들은 하락장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 당연하게 여길 수 있지만, 초보자는 절대공식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예외 상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전에서는 어떤 환경이 예외 상황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을 건데 확률상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전체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본인이 경험한 것이 확률로 다가온다.
맞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는데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잘 맞지 않다고 해서 기법을 바꾸면, 다음에 맞는 시장이 왔을 때는 이미 다른 기법으로 전환한 상태라 이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고 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 부분은 해외의 고수들도 많이 언급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 답을 찾기 어렵다로 결정을 낸다. 그래도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맞다. (설명하는 방법론 속에 철학적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틀린 것을 유지하는 경우 / 계속 틀리게 된다.
틀린 것을 수정하는 경우 / 새로운 방법이 맞는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태다.
맞는 것을 수정하는 경우 / 다시 이 방법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하나의 방법이 맞는지 관찰하고 이해하는데 계절적 변화가 필요할 수 있고, 한 해가 필요할 수도 있다. 상승장과 하락장이 해를 넘어가는 경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맞는 것을 유지하는 경우 / 환경과 기법이 맞게 되는 기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략적인 경우의 수로 분류하면 이 정도 되지만, 이것이 지수 탓인지 종목 탓인지도 구분이 어렵다. 시계열 데이터들은 그 성격상 비가역적이라 다시 동일한 시점으로 돌아가 실험하지 못하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식을 이해하고 실전에서 잘 다루는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공식이 맞는 경우 같은 시간 같은 종목에 매수와 매도가 몰리면 시장의 거래 패턴이 바뀐다. 거래는 매수와 매도가 동시에 발생했을 경우에만 성립이 된다. 사고 싶은데 파는 사람이 없다면 살 수가 없는 거다.
어떤 절대공식에서 같은 종목을 같은 가격에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 선택이란 것이 알려졌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으면 파는 사람이 존재할까? 매도하려는 자가 있다고 해도 매수하려는 자가 더 많으면 당연히 호가는 상승한다. 극단적으로 보면 아무도 팔지 않고 모든 사람이 사려고 하면 거래는 성립될 수 없다. 즉 절대공식이 알려지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는 없어지는 거다.
이 자리를 알고 있는 고수는 혼자서 적절한 양을 매수 할 수 있다. 어느 날 세상이 알아버리면 자기 몫도 사라진다. 본인이 알렸든 누군가 알아냈든 관계없이 수요와 공급에 변화가 오면 더 이상 높은 이익을 얻기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고수가 가르쳐 주지 않아서 알 수가 없고, 가르쳐 준다 해도 그 자리를 알게 되는 자의 수가 증가하게 되면 절대공식은 더 이상 강하게 작동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세력들이 알았다면 이 기회를 내버려 둘까?.
그럼 책을 보고 공부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투자에 필요한 기본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고, 저자들의 아이디어와 힌트를 찾아낼 수 있다. 같은 주식 시장 안에서도 다양한 방법론들이 존재한다. 그 아이디어들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게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얻게 되는 경험이야말로 본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책 이외에도 많은 교육의 기회가 있다. 유튜브에서 설명하는 것도 많고, 온 오프라인 강의도 많다. 무엇을 배우고 배운 것 중 어떤 것을 도구로 사용할지는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결과를 얻기까지 인내하며 공부를 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책에 정답이 없다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정답이 있다 해도 결국 오답으로 바뀐다. 본인 스스로 알아낸 답이 결국 유일한 정답이 된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 방법은 책을 보는 것이다.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고 조급해 말고 목적지에 도달한 자신을 상상하며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지난 시간들을 기억에서 끄집어 내보니 당시에는 화났던 것도 웃을 수 있는 장면으로 바뀌기도 하네요. 주식투자는 먼 길을 가야 하는 게임입니다. 울면서 가는 것보다 웃으면서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작은연못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