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하소연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내가 팔면 올라가고, 내가 사면 내려간다”이다.
분명 논리적 근거가 굉장히 부족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공감이 간다. 왜 그럴까?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팔아서 올라간 것이 아니고, 내가 팔았으니까 올라가는 거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생존하신 분들은 이것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차렸을 것 같은데.
집단이나 개인의 행위는 어떤 특정 개체의 행동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참여자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나 집단은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는 행동을 추구하게 된다. 이런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한 이론이 게임이론이다.
실제로 게임이론은 미시경제학에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분석 도구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나 '내쉬의 균형 이론' 같은 개념이 게임이론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주식시장에서의 한 부분으로 설명을 해보자.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는 개미투자자들이 어떤 정보나 뉴스를 듣고 주식을 산다.
바닥에서 처음 뉴스가 나올 때, 개미들도 사고 세력들도 산다.
세력들도 사야지 그 힘으로 개미를 털 수 있다.
(이건 설명하자면 좀 길어서 생략한다.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보시라)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 팔았다는 얘기다.
누가 팔았을까?
오랫동안 물려 있어서 지루했던 개미들이 본전에 팔았거나 바닥에서 샀다가 오랫동안 짜증 난 개미가 약간 익절하고 팔았다.
그리고 뉴스 보고 새 개미들이 상승 기대감으로 샀다.
이렇게 상승하는 기운이 짧게는 1~3일 길게는 1~2주 흔들면서 오르락내리락한다. 매일 등락이 있으니 단타개미들은 먹는 개미도 있고 먹히는 개미도 있다. 그리고 스윙하는 개미들은 호재가 떴으니 이제 날아갈 날만 기다린다. 그런데 안 간다. 오히려 폭락을 한다. 이 상황 뭐지 하면서 손절을 잘 하는 개미는 바로 털리고, 미련을 가진 개미는 더 폭락했을 때 털린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횡보하거나 서서히 빠지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 인내심 없는 개미가 털릴 차례다. (개인적으론 인내심 없는 개미라 생각하진 않는다. 초보자라서 지금 현 상황이 뭔지 몰라서 못 견디는 것이다 올라갈 것이란 확신이 있으면 왜 털리겠나.)
이렇게 폭락하는 가격조정과 질질 끄는 시간조정이 끝나면 주식은 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오를 때 쭉쭉 올라갈 때도 있지만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개미털기 하면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게 3자의 시각으로 본 경우다.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일단 매집을 한다. 뉴스나 공시를 내거나, 지라시를 돌려서 개미들 관심도 끌게 하고, 무엇보다 갑자기 거래량이 발생하고 상승하는 데 대한 이유도 만들어야 한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의심을 안 받는다. (세력에 관한 얘기들은 추정이라고 생각하자. 세력이 누군지, 실제 존재는 하는지 음모론은 아닌지, 모든 게 시원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그래서 가정을 한다. 그들의 존재를 가정하고 시장을 설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설명의 논리적 구조가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냥 독립변수 x 값으로 둔다)
한번 올려서 매집한 것으로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지 못했고, 무엇보다 개미를 털지 않으면 무거워서 못 날아간다. 시간 들여 돈 들여 개미 좋은 일 시킬 일 없다. 그래서 개미는 반드시 털어야 한다. 좋은 말로 물량 확보, 실제는 뒷골목으로 끌고 가 주머니 다 터는 거다 인상 쓰면서. ㅎㅎㅎ
폭락 자체가 이미 쫄게 만든다. 폭락을 하면 개미는 뉴스가 가짜인지, 이미 그 재료가 다 소멸된 것인지 의심한다. 오만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다 들어서 도망가기 바쁘다. 어쨌든 이렇게 가격 조정과 시간 조정에서 개미들은 털린다.
언제까지?
세력들이 필요로 하는 물량 확보될 때까지.
잔인한 쉐이들... ㅎㅎㅎ
이런 이유로 내가 팔아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내가 팔았기 때문에 올라가는 거다.
같은 말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팔았기 때문에”가 더 능동적 적극적 털림이 아닌가.
언어는 긍정인데, 정서는 참 슬픈 서정이다. ㅎㅎㅎ
개미가 존버해서 안 팔면?
그럼 세력도 안 가는 거다.
누군지도 모르는 세력들은 참 친절하게도 내가 탈탈 털릴 때까지 기다려 주신다.
고마운 ㅅㅅㄲ.... ㅎㅎㅎ
종가베팅 하고, 차트 단일봉 보고 다음날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봉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니 다음날 가는 것이 아니고, 세력들이 할 일을 마쳐야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봉의 모습도 있겠지만, 이 또한 세력이 개미를 다루는 행동 중의 하나인 것이다.
모두가 다음날 간다고 베팅하는 자리가 있다면, 세력이 미쳤다고 다음 날 올려서 개미 좋은 일 시켜 주겠는가? 개미들은 사놓고 다음날 올라가면 팔아야지 하거나, 우리 개미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내일 올려야지 하지 못한다.
즉 다음날의 승패는 세력의 행동에 달렸다는 것을 개미들도 안다는 얘기다. 개미도 이미 아는 것을 세력은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음날 익절하고 나오는 개미들 물량 비싼 돈으로 사줘야 하는데. 이것을 사주는 게 유리한지, 다시 시간 내서 터는 게 유리한지 계산하고 행동한다. 다음날 올라가면 개미가 말한다. 그렇지 여긴 가는 자리야 하고, 안 가면 이 상황 뭐지? 한다. 가거나 안 가거나 확률이 어찌 되었든 경우의 수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이것이 게임이론이다. 상대가 어떤 수를 두려고 하거나 둔다면, 내게 유리한 다음 수를 준비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개미하고 세력하고 수 싸움하면 누가 이기겠는가? 세력은 프로게이머이고 개미들은 아마추어다. 이것이 현실이다.
세력과 마주 보고 싸워서 이기려 하면 안 된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학용품 사면 공짜로 끼워주던 책갈피에 이런 글이 있었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보는 것이다.”
사랑이란 단어만 나오면 뭔지는 몰라도 설레던 어린애들한테는 참 심란함을 자극하는 상술이었다 ㅎㅎㅎ. (요즘 전문가들은 이것을 감성마케팅이라고 하겠지. 이런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의 문방구 아줌마가 더 정겨웠다.)
나이 들고 알았다. 이 글이 생텍쥐페리의 글이었다는 것을.
뉴턴은 주식하다 폭망했는데, 생텍쥐페리가 주식했다면 세력과 함께 슈퍼개미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미적분 만들어서 애들 머리 쥐어뜯게 하는 뉴턴보다, 가슴 설레는 글을 쓴 생텍쥐페리 아저씨가 나는 훨씬 좋다)
봉 하나 차트 하나 읽어서 상황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그 봉과 차트를 만드는 세력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
세력이 바라 보는 방향을 함께 보면서. ㅎㅎㅎ
작은연못이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