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사전적 의미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기대를 가지고 돈이나 자산을 투입하는 행위”이다. 한자어도 투자(投資)는 재물을 던져둔다는 말이다.
투기는 유동성 자산 혹은 부동산의 가격 변동의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행위라 정의한다. 즉 가치에 대한 이성적 판단보다 현재 시장 상황에 따른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영 경제 투자 관련 서적들을 보면 많이 나오는 내용 중 하나가 지금 행하는 것이 투자냐 투기냐는 것이다. 특히 주식 관련 책에서는 기업 가치분석을 통한 매매를 올바른 투자인 것처럼 말하고, 차트분석이나 기타 기술적 분석 같은 방법으로 매매하는 것을 투기인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참 많다.
처음 이런 질문을 만나면 마음속으로 어떻게 답을 해야 나는 투기하는 사람이 아니고 투자하는 사람이 될까를 괜히 고민해 보기도 한다. 어차피 주식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닌가? 웬 고상한 척? 이렇게 마음속 억울함으로 질문에 대한 저항도 해본다.
그런데 투기와 투자에 대한 정의를 읽고 나서도 딱히 어떻게 해야겠다는 마음은 안 들고 그래서 결국 이익을 내면 투자고 손해 보면 투기 아닌가 하고 지나간다.
그래도 언론이나 신문지상에서 투기란 말을 부정어로 남발하는 바람에 왠지 투기라는 단어는 참 찜찜하다. 혹시 주변에 주식한다는 말이 잘못 전달되면 패가망신하는 도박을 한다고 오해받기도 쉽다. 그래서 어떻게든 정상적인 투자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심정은 있기 마련이다.
성공할 확률이 낮기는 해도 성공만 한다면 세상 무엇이 부럽겠는가. 그러나 성공을 하려면 무수히 많은 강을 건너야 한다. 시작이란 강을 건너야 하고 실패인지 성공인지 모를 수도 없이 많은 과정을 경험하고 지나가야 한다. 문제는 성공까지 도달하기 전에 보이는 모습들이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깨닫고, 무너지고 세우고 깨닫고 정말 지루한 과정들의 연속이다. 참고로 내가 본 책 들이나 방송, 유튜버에서 알려진 실제 고수분들의 대략적인 성공까지의 시간은 적어도 10년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주식이 뭔지도 모르고 뛰어든 시기, 그리고 실패, 깡통 차서 시장을 떠나고 다시 돌아와서 5년 만에 하나를 알았다.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는 이런 식으로 어떻게든 합이 10년은 다들 넘은 것 같았다.
물론 언론이나 서적을 통해서 알려지지 않은 많은 분들이 짧은 시간에 성공했을지는 모르나 말 그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참고할 수도 없었다. 성공기 간이 굉장히 짧다고 느낀 투자자는 4년 만에 결과를 냈는데 5년 차에 책을 발간했다. 유명한 대학 경제학 전공했는데, 그 공부가 도움이 된 것은 아니라고 했던 것 같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고 느꼈다. 특이한 케이스였다.
하여튼 이 오랜 시간을 지나는 동안 자신은 공부하고 노력하는데, 고양이가 집사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의심의 눈빛을 날리는 것처럼, 주변인들은 적극적인 방해는 안 한다 해도 애매한 눈빛으로 감시 아닌 감시를 한다. 진짜 스스로 성공한 후 책을 낸 고수들은 깡통을 한 번 이상 찬 얘기가 대부분 있었다.(책 낸 사람들 중 스스로 투자에 성공한 경우는 소수다. 대다수는 지식과 방법론을 전달한다. 지식이 많은 것과 성공한 경험이 있는 것은 차이가 있다)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서두에 꼭 이런 멘트가 나온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상님들은 외세의 침략을 900번 넘게 겪었지만 그때마다 불굴의 의지와 단합된 모습으로 그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의 엄청난 국력과 문화를 이루어 냈다” 우리 민족이 침략을 900번 이상 당했다는 얘기가 자랑은 아니다. 원래 힘이 세서 한 번도 안 당했다고 하면 얼마나 더 멋있을까. 900번 당했는데 매번 물러서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는 것은 자랑할 얘기다. 마찬가지로 깡통을 찬 것은 자랑이 아니다. 깡통을 차도 다시 일어선 것이 자랑스러운 거다. 그런데 침략을 500번 정도 당했을 때 나라가 망했다면 501번째의 침략도 없고 501번의 일어섬도 없다. 우리가 깡통을 차면 주변인들은 몇 번까지 목숨 만은 살려줄까? (엄마 아빠 누나 마누라 아들딸 / 웃고 있어도 무섭다) ㅎㅎㅎ
한 경영 관련 서적에서 투기와 투자에 대해 예시를 들면서 설명한 것을 보았고 그 기준이 마음에 와닿았고 지금은 그 기준을 참고한다. 석유를 탐사 시추하는 회사에서 후보지를 정해서 석유를 찾는다면 10%의 확률로 성공을 한다고 가정을 한다. 그렇게 되면 10번 시행하여 1번의 성공이 발생하면 다른 9번의 실패 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에 이 회사는 생존한다. 그래서 회사가 가진 자산이 100억이고 개별 탐사 시추 비용이 10억이라고 가정하면, 10번을 시행했을 때 1번의 성공이 나오면 그 이익이 100억을 넘어서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100억 이하의 자산을 가진 회사가 석유 시추회사를 운영하면 투기가 되는 것이다. 10번 시행해서 운 좋게 앞의 숫자에서 풍부한 석유 후보지가 개발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실패를 하게 되고, 처음 운 좋게 시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횟수가 증가하게 되면 성공 실패 확률분포에 수렴하게 되므로 결국 망하게 되는 것이다.
즉 동일한 행위를 하더라도 누군가에겐 투자가 되고 누군가에겐 투기가 된다는 것이다. 리스크가 통제 범위 안에 있는가 없는가가 투기와 투기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이것을 주식시장에 대입하면, 여유자금을 가지고 신용 미수 절대 쓰지 말고 몰빵하지 말고 분산투자하라는 것이다.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 이렇게 하면 투자라 정의 하긴 좀 이른 감이 있어도, 절대 투기는 안되는 거다. 깡통 차기 쉽지 않다는 거다.
손자병법에 이겨놓고 싸워라. 이길 자리를 정하고 그곳에서 기다려라. 이순신 장군은 왕이 싸우러 나가라 그렇게 협박을 해도 끝까지 말 안 듣고 지지 않을 곳에서만 싸움을 시작했다. 늘 싸우기 유리한 곳에서 기다렸다가 싸움을 시작했다. 그것이 23전 23승의 비결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모두 다 안다. 그런데 원균은 해전의 승리 방법을 터득하기도 전에 칠천량에서 몰빵하고 전사한 것이 아닌가.
주식시장도 이름만 시장이지 전쟁터다. 주식시장에서 몰빵해서 계좌 박살 나고 컴퓨터 꺼면 가상세계에서 안락한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노려보던 그 주변인들의 눈빛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ㅎㅎㅎ
공부하는 척하면서 적어도 깡통 안 차고 차근차근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실력을 쌓아간다면 적어도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내 편이 하나는 생기는 거다.
투자와 투기는 주어진 리스크를 내가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문제다.
탐욕과 공포를 이기고 시간을 인내해서 이 지옥 같은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하시길....
작은연못이 씁니다. ^^